내가 레이를 처음 만난 건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집 근처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내 눈에 뜨이길 바랐었나 보다
배가 고파 우는 건지, 어미를 찾는 애절한 울음소리였는지는 모르겠다
내 간절한 마음이 고양이에게 닿았는지 아기고양이는 내 눈에 발견되었다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렇게 그 아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잘 놀고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11월
우리 고양이는 색이 회색이라 그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짧게 부르기는 레이
우리 레이
길에서 주워온 작디작은 레이는 여자아이다
데려온 지 6개월 정도 지날 때즈음 안 울던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가를 애처롭게 찾는 듯한 울음소리
그렇다..
우리 레이가 발정기가 온 것이다
부랴부랴 중성화 수술을 알아보았다.
수술 전 날 아무것도 모르고 신이 나게 놀고 있는 레이
나는 한부모 가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부모가정에게 반려동물 수술비와 치료비가 지원이 된다고 한다
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반려동물 주민번호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생이 알려줘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지정된 병원이 있다
거기로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은 후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우리와 함께 산 이후 처음으로 외출을 하게 된 레이
가뜩이나 겁이 많아서 딩동~소리만 나도 후다닥 옷장 안으로 숨는 아이인데
신기하게도 발버둥이나 우는 소리 하나 없이 얌전히 있는 레이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으로 가는 레이에 비해
나는 너무나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수술이 잘못되는 건 아닌지...
마취에서 못 깨어나면 어쩌냐면서...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
우리가 지정받은 곳은 송천동 21세기 동물병원이었다
여느 동물병원과 다를 바는 없었으나
다른 곳에 비해 고양이가 아주 많았다(강아지는 딱 한 마리뿐이었음)
간호사 없이 선생님 혼자 모든 걸 다 케어하고 계셨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그게 가능한 지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워낙 많은 고양이들을 중성화 수술 시키신 데다
경험도, 경력도 많으신 분이라
혼자 가능하시다고 하셨다.
나 혼자 왜 걱정이 되는 거냐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아기 고양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모두 길에서 구조된 아이들이라는 거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또 오지랖 발동...
세상에나 저렇게 작고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엄마 없이 작은 케이지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자니
다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자꾸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라
같이 간 동생 아니었음 저 중 유독 예뻤던 여자 아이 데려올 뻔...
길고양이라 분양도 직접 하신다고 하니
사지마시고 병원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고양이 분양해가시길....
수술은 총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셨다.
데려가자마자 피를 뽑는데
병원이 처음이며, 주사도 처음 맞는 우리 레이는
움직임 하나 없이, 야옹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아주 잘 뽑고 주사도 잘 맞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왜케 마음이 안쓰런지...
간단한 피검사를 끝내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
그리고 마취주사를 놔주셨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던 레이가 마취주사를 맞고 몇 초 지나자
동공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며 힘없이 축 늘어트리자마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글을 쓰면서도 울컥울컥 ㅠ_ㅠ
나 E 맞다며....
수술이 끝나는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진정 좀 시킨 다음
1시간 30분 후쯤 다시 병원에 돌아갔더니
레이의 수술이 다 끝난 상태였다
마취도 살짝 풀려있었는 데다 중성화 수술 전 필수였던 동물칩도 목에 다 한 상태.
레이의 난소라며 수술한 부위를 보여주셨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 레이
얼마나 아팠을까...
괜히 중성화 수술을 시켜 아프게 한 건 아닌가 내심 또 미안해졌다.
수술이 끝난 직 후
마취가 덜 풀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레이
붕대도 감고 넥카라도 2주 동안하고 있어야 한대서 추가로 구입했다
플라스틱 넥카라는 행여나 불편할까 쿠션처럼 생긴 넥카라를 구입했는데
저 아이가격은 24000원이었다.
동물등록비용도 35000원 지급하였고 상처에 바르는 연고도 추가로 구매했다.
중성화 비용과 피검사, 그다음 날 항생제 주사와 약까지는 모두 무료이다.
또
진료비도 일부 지원이 된다고 한다
자세한 건 전주시 동물정책과에 전화로 문의해 보면 알 수 있다.
집에 와서 힘없이 늘어져있는 우리 아기
얼집 마치고 온 우리 딸내미는 이런 모습이 처음인지라 적잖이 놀랐는지
옆에서 얼마나 울고불고하던지....
엄마 닮아 너도 E냐며...!!!
선생님이 절대 하루동안은 금식하라고 하셨는데
수술 당일 6시간 전부터 금식을 했던 레이
수술 전부터 수술 끝난 시간까지 13시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싶어 물도 줘보고...츄르도 줘본다
그 와중에 츄르만 먹는 레이.....
나 엄청 혼났자냐 선생님한테 ㅋㅋㅋ
너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내장지방 음청 많대 가시나야!!!!
(난소 제거 하시면서 지방도 살짝 걷어내셨다며...ㅠ_ㅠ)
수술 다음날 항생제랑 진통주사 맞으러 또다시 병원에 방문
그다음 날부터는 직접 내가 연고도 발라주고 상처부위를 치료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빨간약으로 소독 먼저 해주고 털을 밀어 연약한 살에 반창고를 붙였다 떼었다 하다 보니
살이 다 쓸려있어 비판텐으로 쓸린 부분에 따로 연고도 발라주었다.
보기에 좀 징그랍지만
이만큼이나 살을 찢어 수술을 진행하셨는가 보다
다른 후기들 보니 수술 부위가 엄청 작은 것도 있던데...
내심 혼자 속상해하며 소독을 해주었다.
아플세라 살살 조심조심
레이도 아프지만 소독하는 걸 아는지 몸부림치지 않고 잘 참고 견뎌주었다
우리 레이 너무 기특하고 똑똑하고 착하다.
더마겔이라는 연고
소독 후 꿰맨 부분에 연고를 쭉 짜주면 된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염증이 생기지 않게 잘 소독해줘야만 한다고 하셨다
수술은 다 끝이 났으니 관리만이 남은 것!!
관리는 집사인 내 몫이니 최선을 다해 소독하고 잘 발라주어야겠지??
하루종일 그루밍 하는 고양이가 넥카라를 해놓으니 혼자 벗고 숨겨 놓고 난리난리
수술 후 3일차인 오늘은 상처부위 잘 케어해놓고 붕대로 감아놓은 뒤 넥카라를 빼줬다
빼주자마자 어찌나 자기 몸을 핥아대던지...
뱃살 밑부분 반창고가 다 헐었....
저 부분이 붕대가 안 감기는 부분이라 특별히 신경을 더 많이 써줘야 한다
수술 당일 날엔 아파서 점프도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노므가시나는 아프지도 않은지 침대 위나 소파 위에 껑충껑충 잘도 올라댄다
배가 아프면 안 되니까 거실에 장판 따습게 해 놓고 거실바닥에서 레이랑 같이 잤다
아침 10시, 저녁 10시 시간 맞춰 약도 잘 챙겨줘야 한다고 하셔서
그것도 신경 쓰며 하고 있다
온 신경이 레이한테 가 있어서 그런지 우리 딸이 툭하면 짜증 부리고 울고 한다
주말에 좀 쉬고 싶었는데
레이 케어하랴 7살 난 딸아이 짜증 받아주랴
아주 그냥 죽을 맛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할 건 해야지 ㅠ_ㅠ
나이 드니까 생기는 게 주름살만이 아니더라
책임감도 같이 생겨서 안 하면 더 죽겠는 이 성격 탓에 주말 내내 피곤쓰
고양이 중성화 수술
남자던 여자던 꼭 해야 한다고 하니 중성화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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